미안해, 가는데 인사도 못했다.

네가 여기와서 머무는 동안, 그리고 결혼하고, 또 떠나는동안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분주하고 바쁜 시간이었던것같다.

뭐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도 그렇지만, 그리고 계속 시간이

갈수록 이십대가 삼십대가 되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직장생활십년차가되고, 그러면서 살기가 점점 퍽퍽해 지는것

같아. 내 욕심은 하늘같고, 내능력은 겨우 땅만큼이고,

그러니 내몸이 죽어나는것도 있는거고ㅡ

어른이 되느라고 겪어내야 하는 통과의례도 있을거고-

살다보면 유난히 힘든 그런 인생의 기간도 있는거고-

그런 모든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것같다.

학교일이 어느정도 진정국면으로 들어서자 기말고사가

시작되었고 일주일정도 밤을 새다시피(?) 호림이까지

들볶아가며, 신랑까지 동원하여 리포트쓰고 시험보고

엊그제까지 종강을 하고 (일학년마쳤다…겨우) 이번주

금요일은 이사, 그리고 집수리를 하는 와중에 일박이일

연수를 갔다와야 하고, 이사를 다시 들어가, 또 일박이일

연수를 갔다와야한다. 물론 그중간에 디테일한 일정,

뭐 이를테면 치과를 가야하고, 몇군데 병원을 가야하고,

응…… 주석이와 서방님과 관련된 일정몇가지가 있고,

또 언니(작은언니)일도 몇가지 관련이 있고, 기타등등.

숨이다 차다.

암튼지간에 그건 내사정이고,

내가 원래 다른건 몰라도 ‘인사’는 잘하는 사람인데

-우리 시어머니가그러셔-네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를 치르는 일에 너무 소홀한것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너무 성격좋은, 게다가 침착하고, 이성적이고,

사려깊고, 지성까지 갖춘 신랑을 만나 시집을 가게 되어,

그리고 몇번의 만남을 통해 사람됨됨이를 확인하게 되어

안심이고 또 좋다.

멀리 살게되어, 아쉽지만 차몰면 20분거리 평촌사는 원선이도

애놓고 살림하며 일하다보면 일년에 세번보기도 어려우니

어쩌면 당분간은 중국이나 평촌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아울러, 호주가는 계획이 틀어져, 올해말이나 뭐 중국가게될일이

있을까도 싶으니 육개월내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도 싶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혼은 신혼이고,

그래도 그때가 제일 좋았었던것같다.

즐겁고, 또 행복하게 살아라.

네곁엔 우리 원선이와, 내가 있음을 잊지말구.

미안해……………

하지만, 잘할거란거 믿을께. 그럼……………

from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