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블루 ★★★★
24 Aug 2006 No Comments
in 영화
한참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극찬할 때가 있었다.
FM라디오 영화 음악 프로의 ‘내 인생의 영화’라든가,
‘가장 감명깊게 봤던 영화가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영화 매니아들이 서슴없이 대답했던 바로 그 영화 ‘그랑 블루’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영화라면 무조건 좋아하던 자칭 ‘영화 잡식가’인 내가
아직도 이 영화를 안 봤던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 사람들의 평이 좋으면 기대를 하게 되고, 기대를 하게 되면 그만큼 실망도 커지니까…
둘째, 161분, 자그마치 2시간 40분이나 되는 긴 상영시간의 압박때문이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작년 무더운 여름날 DVD가게에 들렀다가
보기만해도 시원한 파란 바다가 펼쳐진 포스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드디어 나의 DVD소장목록에 ‘그랑 블루’를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산지 1년이 조금 지난 오늘…드디어 이 영화를 봤다.
‘1965년 그리스’
바닷속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며 혼자 잠수를 즐기는 내성적인 프랑스 소년 ‘자끄’가 있고,
자기의 잠수실력을 다른 아이들에게 과시하는 걸 좋아하는 골목대장 ‘엔조’가 있다.
생계를 위해 잠수를 하던 ‘자끄’의 아버지가 잠수중에 사고로 죽게 되고……
20여년이 지난 ‘1988년 시실리’ ‘엔조’는 여전히 발군의 잠수실력으로 인명구조를 하고, 잠수대회 챔피언이 되어 있다.
‘자끄’는 페루의 빙하 속 잠수작업을 하던 중 만나게 된 보험회사 직원인 ‘조안나’와 서로 첫눈에 반한다.
‘엔조’는 잠수대회에서 승부를 겨루기 위해 ‘자끄’를 찾고,
‘조안나’는 사랑하게 된 ‘자끄’를 찾아 잠수대회가 열리는 시실리까지 온다.
결국에 둘은 사랑하게 되고, ‘자끄’가 400피트라는 기록으로 ‘엔조’를 이기고 챔피언이 된다.
하지만 포기할 줄 모르는 무리한 도전으로 ‘엔조’는 죽고, 그의 소원대로 ‘엔조’를 바닷속 깊이 보내 준 후로
‘자끄’는 자기 아이를 가진 ‘조안나’를 버리고 깊은 바다로 떠난다.
줄거리는 생각보다 파격적이거나 신선하지는 않았다.
(만들어진지 20년 이후에 보는 기준으로서는 그럴 수 밖에)
하지만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푸른 바다와 흑백으로 봐도 아름답기만 한 깊은 바닷속 장면은
그런 줄거리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만큼 인상적이다.
특히나 ‘자끄’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과 표정은 내가 ‘조안나’라도 반할만큼 매력적이었다.
이 세상 사람같지 않은 착한 눈빛에 돌고래와 교감하는 바다청년이니 신비할 수 밖에!
게다가 친구인 ‘앤조’역의 장 르노는 그야말로 정말 아저씨니 마땅한 경쟁상대도 없지 않은가ㅎㅎ
이 영화에서 바다에서 촬영한 인상적인 장면은 참 많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위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자끄’가 악몽을 꾸면서 천장위에서부터 바다가 거꾸로 덮쳐오는 이 장면은
아무리 헐리웃 기술을 이용해서 찍었다지만 1988년 당시 뿐만 아니라,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굉장하다.
내가 만약 이 영화를 결혼 전, 개봉할 당시에 봤다면 영화의 이런 장면과 이런 말들이 마음에 와 닿았을 것이다.
“17살에 사랑에 빠져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었어.
그런데 2년이 지나니 이름도 기억나지 않더군. 모든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거야.”
(여자와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자끄’에게 ‘엔조’가 하는 말)
“바다는 내거야. 바다가 날 원하는지 아닌지는 내가 더 잘알아.”
(잠수전 신체 컨디션을 체크하는 의사가 잠수하는 것을 만류할 때 ‘엔조’가 하는 말)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건 추락하지 않고 밑으로 미끄러 떨어지는 느낌이야.
밑에 있을 때 가장 힘든건 다시 올라와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서야.”
(‘조안나’가 잠수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을 때 ‘자끄’가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아짐마가 된 입장으로서 가장 마음에 와 닿고 잊혀지지 않는 건
‘조안나’가 아이를 임신하고 그 사실을 ‘자끄’에게 알리는데
듣는둥 마는둥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며 그에게 악을 악을 써대는 장면과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바닷속 깊은 곳으로 떠나버리는 ‘자끄’를
어쩔 수 없이 보내야하는 ‘조안나’의 모습이다.
다른 예쁜 여자도 아닌 돌고래와 바다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기다니…
(그 돌고래는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분명히 암컷이다!)
문득 ‘자끄’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이건 복수극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를 낳고는 아빠와 자기를 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린 매정한 미국여자인 자신의 엄마에 대한 복수를
바로 미국여자인 ‘조안나’에게 해버리는^^;
어쨌든 이 영화 ‘그랑 블루’는
삶의 궁극적 목적을, 어려서부터 그려왔던 꿈을
잊고 살고, 잃고 살고, 모르는 척 살고 있는 지금 내게
그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꽤 괜찮은 영화였다.
그래도 별 다섯 개를 줄 수 없는 건…
집중력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는 내게 2시간 40분은 너무 길다는 이유때문이다.^^
제목 : 그랑 블루 (Le Grand Bleu / The Big Blue)
감독 : 뤽 베송(Luc Besson)
출연 : 장 마크 바(Jean-Marc Barr), 장 르노(Jean Reno), 로잔나 아퀘트(Rosanna Arquette)
상영시간 : 161분
제작년도 : 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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