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까르푸(家乐福)’
20 Sep 2006 No Comments
내가 살고 있는 북경 ‘구워마오(国贸)’라는 동네 주변에는 큰 할인매장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리엔화(联华)’라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위 사진에 있는 ‘까르푸(家乐福)’
두 매장 중, 우리집에서 조금 더 가까운 곳은 ‘까르푸’라서 난 주로 여기로 장을 보러 온다.
매번 갈 때마다 느낀 건데, ’까르푸’에 사람이 적은 시간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저녁먹고 바람도 쐴겸, 소화도 시킬겸해서 나와보면 물건을 사는 것보다 물건값을 치루러 계산대에 있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같다.
이 계산대 ‘러쉬아워’는 퇴근이 시작되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되어 문닫기 30분 전인 10시20,30분까지 이어지는 듯.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리엔화(联华)’라는 할인매장은 교통도 훨씬 더 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르푸’에 비해 손님이 적은 편이다. 나름대로 손님을 더이상 뺏기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안으로 고객회원카드제도를 만들어 마일리지적립 후, 물건값을 할인해주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이것도 그렇게 크게 효과가 있는 것같지는 않다.
마일리지카드제도를 실시하지 않아도 그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복잡한 ‘까르푸’의 계산대에 줄을 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북경에 오기 전, 한국에 있는 할인매장에 관련된 놀라운 기사를 본 것이 생각났다.
미국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월마트’가 ‘이마트’에게로 합병되고, 중국에서는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까르푸’가 ‘이랜드’와 합쳐진다는 기사였다.
이전에는 주부가 아니었던 관계로 그렇게 자주 가지는 않아 그 차이점을 특별하게 눈여겨 보지 않았었는데, 할인매장업계 유통쪽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이 두 할인매장이 ‘이마트’같은 우리나라의 할인매장에 비해 한국주부들에게 외면당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첫째, 우리나라 고객들은 꽤 까다롭다.
보기에도 좋아야하고, 필요한 물건도 갖가지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조금씩 살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창고형 대형마트의 형태로 시작했던 ‘월마트’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할인매장이 우리나라에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가봤던 내 기억으로는 별다른 인테리어도 없고, 상품을 대량으로 박스채 파는 것들이 많아서 조금씩 살 수가 없어 불편했었다.
둘째, 인기있는 제품의 가격이 싸야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제일 있는 할인매장 ‘이마트’의 경우, 많은 주부들에게 물건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몇몇 제품들은 다른 할인매장의 경우보다 많이 싸다고 하는데 여기에 ‘이마트’의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 돋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제품들을 다른 할인매장에 비해 싸게 파는 것이다. 항상 사는 물건이고, 물건값도 자주 확인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결국에 고객은 이곳의 물건은 다 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다 싸냐. 그건 절대 아니고, 자주 팔리는 제품을 제외한 다른 제품들의 가격을 올려서 그 이윤을 맞춘다는 것이다.
얼마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인가!
셋째,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느냐하는 ‘입지조건’의 불리함이다.
‘이마트’는 ’신세계’라는 든든한 자본구조와 기본적으로 닦아놓은 터가 있는지라 할인매장을 세우기 위한 부지가 나면 교통과 주위 아파트 단지 등의 유리한 조건을 지닌 곳은 대부분 신세계로 입찰이 된다고 한다. 외국회사의 지사로 들어와 있는 ‘월마트’, ‘까르푸’등의 자본구조와 기타 조건들은 그에 비해 약할 것은 눈에 안봐도 뻔한 게 아닐까.

어쨌든 이러 여타의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던 ’까르푸’가 이곳 중국에서는 중국 자체 할인매장과 요즘 조금씩 생기고 있는 ’월마트’ 등 다른 업체를 모두 누르고 대부분의 지방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곳이라고 한다.
아주 많은 할인매장을 다 보고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 ‘까르푸’가 잘 되는 원인은 다음 몇 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첫째, 중국인의 중국 자체 상점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것같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거나 가짜 물건을 팔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특히나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넣은 불량 간장같은 것을 버젓이 팔고 있는 곳을 보면 이해가 된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치적인 문제때문일까, 아니면 이어진 대륙에 살고 있어서 그런걸까,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유럽을 더 편안하고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크지 않을까 싶다.
전자제품의 경우를 보면,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제품을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독일의 ‘SIMENS’제품을 쓰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관리하는 ‘까르푸’라면 믿을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싶다.
실제로 ‘까르푸’에서 팔고 있는 몇몇 제품들은 중국업체에서 제조하지만, ‘까르푸’의 상표를 아예 인쇄해서 팔고 있고, 수리기간 보증에 관련된 것도 ‘까르푸’에서 증빙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 믿을만 하다는 느낌을 주는건 사실이다.
둘째, 외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의 종류수가 많고 다양하다.
북경에 사는 한국인인 나는 가끔, 아니 자주 한국음식을 먹고 싶고, 사야만 할 때가 있다. 특히 내가 사는 곳인 한인촌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물건을 파는 상점이 주위에 거의 없다. 한인촌까지 일부러 사러 나가려면 시간과 차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큰 맘을 먹지 않고는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곳 ‘까르푸’에 오면 갖가지 한국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스파게티, 샐러드, 스테이크 소스만해도 그 종류가 열댓가지가 될 정도로 한국상품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식료품들이 종류별로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외국회사가 많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편하게 외국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어느 외국인이 이런 곳을 마다하겠는가.
셋재, 중국어로 지은 이름이 좋다.
중국 사람들은 외국어를 모두 한자로 음을 붙여 원래대로의 발음과 조금은 동떨어지게 부른다. 원어의 발음과 유사한 한자의 발음을 찾은 후, 거기에 뜻까지 맞춰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까르푸’의 경우는 아주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한자 발음표기로 읽는다면, ‘가락복’(家 집 ‘가’, 乐 즐거울 ‘락’, 福 복 ‘복’), (참고로 중국어로 읽으면 ‘찌아러푸’) 즉 ‘가정에 즐거움과 복을 가져온다’는 기가막힌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복(福)’을 너무 좋아해서 ‘복(福)’자를 쓴 종이를 문에 붙여두는 중국 사람들에게 이것만은 좋은 뜻의 이름을 가진 상점은 없는 듯하다.
내일은 그동안 한참 못 마셨던 ‘식혜’ 사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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