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대해서 관심있으십니까?
18 Oct 2006 2 Comments
언젠가부터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걷다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듣게 된 익숙한 이 질문.
좀 지나고 나서는 시작하는 멘트도 아주 가지각색.
“인상이 참 좋아요. 덕을 많이 쌓으신 것같네요.”
“조상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계시네요. 그분들께 감사드려야 더 잘 사실텐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모두 인연이니 시간 좀 내서 같이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급기야는 한 사람으로는 웬만해서 안 넘어온다 싶었는지 두세사람이 한꺼번에 따라붙는다.
나도 처음에는 아주 착하게, 거절하지 않고 그들의 말에 경청했었다.
그리고 그 ‘도’라는 것에 내가 관심이 없다는걸 알게 된 후로는 정중하게, 예의바르게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친구만나러 강남역에 가도 붙잡히고, 회사에서 퇴근하며 종각거리를 걷다가도 당하다보니 맘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적개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나름대로의 대처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첫째, 비교적 완곡한 방법
시간 좀 내달라는 말에 시간없다고, 지금은 바쁘다고 얘기하는 것.
관심있냐고 물으면, 관심없다고 얘기하는 것.
대신 웃으면서 순하게 얘기하면, 그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반응중 하나 임으로 아주 능숙하게 대처한다.
따라서, 아주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나 순해보이는 인상인 경우에는 약간 화내듯 얘기하는 것이 좋다.
둘째, 무서운 눈빛 쏘기
아예 묻는 말에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간 무서운 혹은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잠깐 위아래로 훑어 본 후,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대부분 눈빛의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다른데, 좀 심하게 무시했다 싶으면 성공률 100%. 하지만 맘이 좀 찜찜하다.
그들도 우리같은 사람인 것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싶고…
웬만하면 강도를 약하게 하는 것이 죄책감이 덜 들더라.
셋째, 미리 피하기
이제 몇 번씩 이런 일을 당하다 보면 보기만해도 전방 100m안에 나를 유심히 보는 낯설고 이상한 눈빛이 있으면 그 사람이 ‘도’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하는지 아는지를 바로 판단할 수 있다.
추측에 확신이 들면 아주 바쁜듯 뛰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뛰는 사람을 붙잡으면서까지 ‘도’를 설파하려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넷째, 혼자 다니지 말기
대부분 ‘도’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은 외롭고 착해보이는 사람을 찾는 것같다. 지금껏 제의를 받았던 모든 경우가 혼자 길을 걸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친구들과 같이 다니면, 아무래도 이런 말 걸기 어려울거다.
오늘 이글루에서 알게 된 한 친구의 포스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평소 거절에 약한 내 동생도 친구때문에 ‘도’를 체험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복을 챙겨 입고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절도 하고, 돈을 조금냈다고 한다. 돈이 좀 많이 약소했는데 받는 쪽에서 언짢은 기색 내색못하는 것이 역력했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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