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 아저씨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아저씨 한 명과 같이 타게 되었다.
문이 막 닫히려는데 어떤 사람이 뛰어온다.
얼른 ‘열림’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는데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놓친 줄 알았는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때 같이 타고 있던 작자 왈,
“다른 사람이 같이 타고 있을 때는 그렇게 문을 여는건 예의가 아니지.”
!!!!!!!!!!!!

그럼 첨보는 사람에게 나이가 자기보다 어려보이면 무조건 반말하는건 예의냐?
그리고 태울 수 있으면 여러 사람이 같이 타고 올라가는게 예의가 없는 거냐?
아마 너같은 인간은 타려고 뛰어갔는데 문 안 열어주면 그것도 예의없다고 할 놈이다!!!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나 혼자 열받고 있는 와중에 저혼자 냉큼 내려버렸다.-_-;

아저씨들은 자주 예의따위를 걸고 넘어진다.
예의를 따지는게 잘못되었다는건 아니다.
단지 그 기준이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을 뿐.
게다가 나이가 많다는 것을 무기로 단호하게 자기가 옳다고 할 때는
인격적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어른공경’이 굳이 필요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너무 극단적인가.)

나를 화나게 만드는 아저씨들 조심하시라!
이번엔 그냥 넘어갔지만 난 받은만큼 갚는게 몸에 밴
아주 무서운 예비 아짐마다!!!

回復

어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른쪽 눈이 평소보다 1.5배쯤 더 부어 있다.
더불어 아랫쪽 눈두덩이에 느껴지는 미세한 통증.
처음엔 아침마다 얼굴을 덮쳐대는 우리 강아지 발에 맞아서 아픈게 아닌가 했는데,
이건 피부 거죽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아니라
눈 안쪽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고통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책을 한참 읽다가 잠깐 시야가 흐려졌던 기억이 있다.

덜컥 겁이 났다.
그나마 내 몸에서 몇 안되는 건강한 신체의 일부인 눈에
혹시 큰 이상이 생긴건 아닌가 싶어서…

부리나케 안과에 갔다.
지난번 눈에 들어간 각질제거제때문에 온 후, 올해만 두번째다.
난 심각한데, 할아버지 의사샘은 넘 덤덤하다.
가벼운 ‘결막염’이란다.
그래서 왜 걸리냐, 주의할 건 뭐냐 꼬치꼬치 깨물었더니,
샘왈,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먼지가 들어가면 생긴다.
그냥 주는 약 잘 먹고, 안약 잘 넣고, 잘 쉬고,
손으로 눈비비지 말아라.’
그런다.-_-;
그런 얘기는 이렇게 진료비 안줘도 울엄마,아빠한테 매일 듣는 얘긴데. 피~

오늘 아침 일어났더니 눈이 덜 아프다.
내가 한거라곤 정말 ‘약 잘 먹고, 약 잘 넣고, 잘 쉰거’
그거 밖에 없는데…

항상 그렇듯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는 법.
내가 느끼기엔 심각다하고, 크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상처도
‘결막염’ 못지 않게 가벼운 것일 게다.
내 엄살과 걱정이 그 상처를 돋보기로 들이대고 보며
지나친 자기연민으로 과민반응하며 ‘엄살’을 떨고 있을뿐.

이제 나는 앞으로
아픈 곳 건드리지 않고, 잘 먹고, 잘 쉬기만 하면
가뿐히 나을 것이다.

중동고와 별밤퀴즈

내가 다닌 개포고등학교는 강남8학군에 있었다.
그래서 주위엔 경기여고, 숙명여고, 중동고같은 유명한 학교들이 참 많았다.
뺑뺑이 돌려 고등학교가 배정되던 그 때, 사실 난 좀 실망했었다.
초등학교랑 중학교를 모두 아파트 단지내에 있던 개원, 개포를 다녔던지라
좀더 멀고 새로운 학교를 가고 싶은 맘이 있었기에…
그래도 그애들이 안 부러운 한 가지 이유를 굳이 댄다면
개포는 남녀공학이었다는거 정도랄까.

난 고등학교 때 그리 공부를 잘하지도 지지리 넘 못하지도 않았다.
그냥 맨 앞에 앉아 있어 선생님이랑 가까이 있는 탓에
수업을 졸지 않고 들었던 정도의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가 공부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건 특히 부모님 때문이었다.
다른 것으로는 야단을 맞아도 성적가지고는 뭐라 하신 적이 거의 없으신데다
밤11시만 지나면 피곤하니까 얼른 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니 그럴 수 밖에.

그런 고등학교 시절 2학년 1학기쯤이었던가.
평소에 하지 않던 야간 자율학습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내 성격에 여기저기 나가서 떠드는 아이들과 어울릴 법도 했는데
그 날은 첫날이라 마음가짐이 남달랐기에 수학 정석을 펴고 일찍부터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복도에 있던 아이들이 교실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들어 오더니
문을 재빨리 닫고 잠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쪽 유리창이 차례로 깨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소리를 지르고 파편이 튀고 정말 영화같은 한 장면…

그 이후의 상황은 방송에서 오늘 중동고 학생들이 학교에 쇠파이 프를 들고 떼로 몰려와
1층에 있는 2학년 여학생 교실의 창문을 부수는 사고가 있었고,
위험해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니
집에 돌아가라는 얘기를 했던 것 정도로 기억한다.
그러니 어쩔수 있나.
그냥 놀란 가슴과 불타는 학구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기왕 집에 온거 일찍부터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책을 폈는데,
집에있던 동생이 느닷없이 무선 전화기를 냅다 건네주었다.
엉겁결에 받았더니 이쁜 목소리의 언니가 말한다.
“별밤 퀴즈 예선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쿠쿵!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학교에선 유리가 깨져 놀래키더니만 이렇게 놀랄 일이 또 내게…
자기가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전화버튼을 눌러댔던 동생이
막상 전화가 걸리니까 무서워서 무작정 나한테 전화기를 건낸 것이다.
가슴이 콩닥거림에도 불구하고 어리버리 예선을 통과했다.

드디어 10시가 됐다.
항상 별밤이 시작하기 전엔 뉴스를 한다. 우리학교 나올까…
역시 나온다. 개포고등학교에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이 어쩌구…
이문세가 나한테 의견을 묻지는 않을까?
정말 내 목소리가 라디오에 나오긴 나오는건가?

이문세, 이성미가 내 이름을 불러댄다.
정말 거의 아무 생각도 안 들었던 것같다.-_-;
염소 목소리가 된 티를 안내느라구 무진장 애를 썼었지…
그 목소리를 그들은 예쁘다고 하더이다.ㅋㅋㅋ
무슨 정신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모르지만 난 2승을 했었고,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귀했던 게스 청바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

먼지 쌓인 카세트 테이프를 정리하다가
그때 그 별밤퀴즈를 녹음했던 테이프를 찾았다.
잔뜩 쫄아있는 목소리에다 쉬운 문제도 시원하게 못맞추는
정말 창피한 내 모습이 담겨있는 그 테이프…

하지만 더할 나위없이 지나치게 평범하기만 했던 내게
중동고와 별밤퀴즈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불.치.병.

allergy.jpg

직장생활을 시작한 언젠가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게 됐다.
바닥이 카페트에, 파티션 소재가 모두 천으로 되어 있어 보기엔
우아했지만, 내 건강엔 무지 안 좋았던 모양이다.
조금만 에어컨이 세면 재채기를 하기 시작해서 콧물이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계속 흘러내리고 눈은 간질간질, 머리는 띵…

이건 정말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특히나 회식자리에 가서 담배연기만 맡아도 코가 막히고 눈물이
나려해서 한때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무지 미워하고 회식자리도
일부러 피하곤 했다.
(지금도 물론 담배 피우는 사람은 밉다.^^;)

에어컨 바람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때, 이번엔 그냥 지나가나
싶더니 지난주 토요일부터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어제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앞도 잘 안 보이고
코는 꽉 막히고 그 좋던 입맛도 뚝 떨어져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은 항상 똑같다.
부어있는 콧속을 약 넣는다며 대꼬챙이 같은 것으로 찔러대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짠’한 원초적 아픔을 남기고
먹는 약 쪼금 처방해준다. 완치는 없다는 말과 함께ㅠㅠ

지난 겨울 종합병원에서 한 혈액검사에서 난 집먼지 진드기,
각종 들풀의 홀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집먼지 진드기라는 것은 먼지가 있는 곳에는 어디에든
있는 것이라서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풀도 될 수 있음 피하라니 영화같은 곳에서 보는 것처럼
풀밭에서 우아하게 즐기는 피크닉도 즐길 수 없을 듯ㅜㅜ

P.S. 회사 다니며 이런 불치병이 생겼는데 산재처리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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