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이야기
07 Jul 2004 No Comments
in 끄적끄적

난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
밖을 내다볼 수가 있어서 좋구
어색하게 마주봐야하는 낯선 사람이 없어서 좋구
소요시간이 불규칙해 스릴있어서 좋다.^^
요즘 바뀐 버스체계땜에
요금도 더 많이 내구 없어진 노선이 있어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난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부대낌이 적은
버스가 더 좋다.^^
#1. 창피함
막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난 분당에서 종로까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먼 거리이긴 했지만 우리집이 분당의 끝쪽인지라
일단 버스에 타기만 하면 앉을 수 있었고
거의 종점인 종로까지 아침마다 1시간 30분은 그야말로 푹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간대의 버스를 놓치면
너무 길이 막혀 지각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6시 50분 차는 꼭 탔다.
하루는…
늦장을 부리다 아슬아슬하게 버스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타야 할 버스가 눈앞에서 막 떠나는 모습을 봤다.
놓치면 안되다는, 지각하면 안된다는 맘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아뿔싸 스텝이 엉키면서 내 다리에 내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ㅠㅠ
고맙게도 아저씨가 넘어져있는 내 앞에 버스를 세워주셨다.
그런데 그게 참 넘어져 있을 땐 고맙더니 벌떡 일어나 버스를 탄 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을 감당할 때가 되니
어찌나 아저씨가 원망스럽던지…
버스에 앉아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정말 가관이다.
손바닥은 바닥에 쓸려 까맣게 때가 묻어 살점이 덜래덜래하고,
바지까지 찢어져 그 사이로 보이는 무릎엔 피가 고였다. ㅠㅠ
그래서, 그 날 난 비록 몰골은 흉했지만, 지각은 안했다.V^^V
#2. 불쾌함
아침 출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 긴 시간을 서서 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사람 적은 버스보다도 여자에겐 안전하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맘 놓고 잠잘 수도 있지.^^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차에 타자마자 자리를 바로 잡고 잠들었다.
근데 한참 자다보니 영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잠깐 뜨고 봤더니,
옆에 아저씨가 보던 신문의 반쯤이 내 다리 위에 있고
그 밑에 가려진 내 다리의 느낌이 이상한 것이었다.
쭈물럭 쭈물럭…
이 나쁜 XX!!!
화가 나서 눈을 뜨고 옆을 봄과 동시에
이 아저씨는 정류장에서 내려 버린다.
이런 황당함이란!!!
그날 난 하루 종일 열여덟, 나뿐 넘, 상노무시키… 욕만 했다.
#3. 아픔
버스 좌석이 잠자리에 한 번 익숙해지면 그만큼 잠자기 편한 곳도 없다.^^
특히나 내가 타던 버스는 고속좌석인지라
의자도 제껴지고 앞 좌석과의 여유도 넉넉해서 최고의 잠자리~
언젠가부터 버스 안에서 무아지경으로 자게 되었다.
매번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타는 멋진 싸나이도 없음을 꿰뚫은 후,
내 잠의 깊이는 집에서 자는 것과 다를바 없을 정도ㅋㅋ
구강에서의 아밀라아제 유출은 물론이요,
창가에 앉으면 고개를 떨구어 머리로 창문을 쾅쾅 받는다.
그 소리에 놀라서도 잠깐 깨고 그 충격에 아파서도 깨고^^
그땐 왜 그렇게 항상 잠이 모자랐는지…
#4. 즐거움(?)
평소에도 정신없이 버스 안에서 잠을 자는데,
자주 앓는 감기
땜에 아침부터 감기약을 먹고 자는 날이면
정말 1시간 30분이 언제간지 모르게 푹 자곤했다.
그 날도 아침 출근 길에 감기약을 먹고는
흐르는 콧물을 연신 휴지로 닦아내며 버스에 올랐다.
자면서도 언제 갑자기 흘러내릴지 모를 콧물에 대비해서
꼬깃해진 휴지를 손에 꼭 쥔해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쥐고 있던 휴지의 감촉이 좀 이상해서 고개를 숙인 채로
슬쩍 곁눈질을 해봤더니…
글쎄 내 손에 쥐어진 휴지의 정체는
옆에 앉은 젊은이(남)의 엄지손가락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 젊은이도 잠을 자고 있어 쥐고 있던 손을 슬쩍 놓았다.
잠결이라 당황은 덜 되고 그 상황이 어찌나 재밌던지… ㅋㅋ
요즘도 가끔 감기가 걸려 손에 휴지를 쥐고 버스 안에서 잠들라
치면 그 때 생각이 나서 피식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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