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햄릿 <야연(夜宴)> ★★★
감 독 : 펑 샤오강(冯小刚)
출 연 : 장쯔이(章子怡) - 황후
다니엘 우(吴彦祖) - 황태자
꺼 요우(葛优) - 황제
쩌우쉰(周迅) - 청녀(태자비)
상영시간 : 112분
제작년도 : 2006년
북경 시내 중심 왕뿌징에 있는 멀티플렉스에서 추석부터 벼르고 벼르던 <야연>을 이제야 봤다.
평일 오후 5시, 60개 좌석이 있는 조그만 상영관엔 나를 포함해 관객이 단 4명뿐.
개봉직전 북경도처에 뿌려진 광고속도만큼이나 스크린에서 내려가는 속도도 빠르다.
그나마 아직까지 상영될 수 있는 건 투자자가 중국내에서 꽤 힘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단다.
어쨌든 광고에서 봤던 화려하고 멋진 장면들을 기대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정말 화려하다. 세트와 의상뿐만 아니라, 싸우는 장면의 효과, 실감나는 음향 등도 아주 훌륭하다.
여기저기 헐리웃 대작들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형의 부인을 사랑해서 황제인 형을 죽이고 형수를 차지하고, 그 형수는 어렸을 적 연인이었던 황제의 아들인 태자를 아직도 사랑하고, 태자 또한 자신의 부인을 두고 그녀를 사랑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인은 남편에 대한 일편단심은 변할 줄을 모르고, 그런 여동생을 그녀의 오빠가 사랑하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중국판 ‘햄릿’을 만들기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의 틀은 크게 바뀔 게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여유있게 정해진 제작비를 사용해 시각적, 청각적 효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스토리 전개에는 힘을 덜 실은걸까?
이야기가 전개는 되지만 관객의 맘을 흔드는 구석이 없다. 아니 내 맘을 흔드는 구석이 없었다.
작년말, 같은 극장에서 봤던 ‘킹콩’을 볼 때, 마지막 장면에서 찔끔 눈물까지 흘렸던 걸 생각해보면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한 듯하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나를 제외한 3명의 중국 관객은 황제가 대사를 할 때, 몇 번씩이나 킥킥대고 웃곤 했다. 이 배우가 그동안 워낙 코믹 영화에 주로 등장하던 배우인데다, 대사 자체가 연극 ‘햄릿’처럼 중국 옛날 말투를 사용하는데, 대사의 내용이 어투와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그렇단다.
사실 나도 이 배우가 출연한 ‘갑방을방(甲方乙方 감독도 ‘펑 샤오강’으로 같다)’이라는 유명한 코믹영화를 본 후, 그 인상이 강해서 그런지 웬지 보는 내내 적합한 캐스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장쯔이를 향한 애정을 거침없이 표현할 때는 어찌나 거북하던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한 중국사람이 하는 말.
“감독이 이야기 전개하는 능력은 없어도 제작비 잘 쓰는 능력은 있네.”
심한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
시청각적 영화보기에 중점을 두는 관객이 본다면 훌륭한 영화라고 평하겠지만, 스토리 전개에 더 중점을 두는 영화광이라면 비추.
사족 : 영화보는 내내 황태자로 나온 배우 ‘다니엘 우’가 신해철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잘 다듬어진 중국판 신해철 ^^;
Written by filmkiller on 10월 22nd, 2006 with 4 comments.
Read more articles on 영화.


